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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및생태]/만경강아~!

[스크랩] 만경강 기행 (청하포구)

by 만경사람(萬頃人) 2008. 4. 26.

만경강 기행

오후 수업이 끝나고  만경강 탐사에 나섰다.

팔복동 전주대교 지나 우측 제방도로 따라 드라이브 하면서 기분도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혼자하는 여행맛도 때론 좋다. 송천동을 끼고도는 전주천 너머엔 아파트가 숲을 이룬다.

동부우회도로가 만경강과 만나는 대교와 전라선 철교 밑을 지나 전미동이 나오고 조금 지나면

만경강 본류와 합류한다.

 

이제 전주천에서 벗어나 만경강 따라 강바람을 안고 멋진 데이트의 시작이다.

여기부터는 강폭도 넓어지고 강 호안에는 농경지가 발달하는데 누런 보리가 익어가고

간혹 농부들의 모습도 보이며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멀리 우석대학교가 보이고 호남8경의 하나인 비비정이 강 건너에 있다.

그 옛날 호남지방에서 한양 갈 때 반드시 건너야 할 만경강변에 자리한 이곳에서

해질녘 기러기가 모래사장을 박차고 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는 비비정.

지금은 고깃배도 모래사장도 사라지고 정 자만 복원되었다.

비비정 바로 옆의 전라선 삼례철교위로 기관차가 홀로 달리고 있다.

 

 

 호남고속도로 다리밑을 통과하면 도심을 벗어난 듯 넓은 평야가 한 눈에 펼쳐지고, 26번 도로가 만경강을 따라 군산까지 이어진다.

일제 때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 신작로의 대명사인 일명 전군도로다.

추수 때가 되면 호남평야에서 산출된 미곡을 일본으로 빼내기 위해 우마차가 군산까지 꼬리를 물었다는 한 많은 도로다. 아직도 그 길에는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얼마 전까지도 일본 농장주의 이름을 딴 대장촌역이 있던 곳이다. (춘포역으로 개명)

 

이곳과 백산 옥구지역을 배경으로 조정래님의 장편 대하소설 아리랑의 주 무대다.

아리랑과 더불어 분단의 비극을 다룬 태백산맥, 70년대 한강의 기적 뒤안을 다룬  한강 아직도 못 다 읽었다. 

 

만경강의 역사는 근대들어 우리민족의 아픔과 함께한다.

본래의 이름이 사수강 이었는데 자기 이름도 잃어버리고 직강화에 따른 사행천 본래의 모습도 크게 바뀌었다. 쌀 수탈의 역사와 소작민의 애환이 서린 슬픈 강이지만 해방이후 50여년이 지난 오늘날도 수난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쪽에서는 새만금이 전북의 살길이라고 하고 또 한쪽에선 새만금은 만경강의 똥꼬를 틀어막는 죽음의 행위라고 한다. 미래의 후손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수탈의 도로가 전북의 번영을 약속하는 번영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전북은 전국최하위의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은 26번 도로를 대체하는 21번 도로가 시원스레 뚫려 군산까지의 거리를 대폭 단축시켰다. 

 

올해 보리 작황이 너무 좋아 생산량이 수매량을 초과해 농민들이 시름에 빠져있다.

농사가 풍년이어도 걱정인 세상이다.

 

 

보리를 추수하고 모내기를 준비하는 것 같은데 넓은 벌판에 혼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수해로 무너진 제방을 응급 복구한 듯

 

이곳에서도 농부 혼자서 일하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산의 경치가 너무 아름답고 보면 볼수록 흰 갈매기가 앉아 있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백구정 지나 만경강 제수문이 나타난다.

 

만경강 상류지역의 염분 피해를 막고 안정적인 농수확보를 위해 일제 때 만들어진 것이다.

제수문에는 작은 인도교를 만들어 강 양쪽을 연결하고 있다.

 

 

백구정에서 본 제수문 위쪽

 

 

제수문 지나 호남선철길과 26번 도로가 지나는 목천포에 이른다.

목천 검문소가 있는 곳이다. 사진 뒤로는 익산시가 보인다.

 

 

목천포에서 익산방향으로 다리건너 유턴하여 제방도로로 우회전해야 청하방향으로갈수있다.

 

조금 지나면 23번 도로가 지나는 다리가 나온다.  시원스런 모습이다.

 

 

 

전주와 군산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21번 자동차전용도로 강을 건너 다가온다.

제한속도 90km이지만 이 속도를 지키는 차는 거의 없다.

도로가 시원스레 고속도로처럼 뚫려 120km는 기본이다.

덕분에 군산에서 전주 간 한 시간 거리를 30분대로 단축시켜 사랑받는 도로가 되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청하다리가 가까워진다.

 

청하다리는 구 29번 도로다. 아래 이정표는 29번 도로 옆을 지나는 서해안 고속도로 만경강대교 밑에 있다.

 


드디어 청하다리에 도착했다. 새 도로가 놓이면서 구 청하다리는 낚시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오늘은 사람이 없다.

 

 

항상 망둥어 낚시하는 사람들로 다리 난간을 통과하기가 때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휙~휙~ 낚시 줄을 던지는 소리에 자칫 낚시 바늘이 실수로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다리 밑에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 온 어부가 강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할까?

 

청하 포구에 새로운 고속화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청하다리는 언제와도 반겨주는 것 같다.

왠지 편안하고 푸근한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나는 것만 같다.

 

 

이제 교각도 많이 낡아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고 철골이 드러나기도 한다.

머지않아 철거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이런 명물들이 작은 보수만 하여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지가 될 텐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광마인드에 따라 너무 쉽게 헐리기도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청하다리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각별한 관심을 기대해본다.

 

 

세월 따라 만경강을 이어주는 다리의 변천을 한 눈에 보는 것 같다.

구 청하다리와 29번 신 청하다리 그리고 서해안의 동맥 만경강대교의 웅장한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보았다.

 

새로 놓인 29번 국도가 지나는 신청하교와  오른쪽은 서해안고속도로 만경강대교의 모습이다.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 듯 청하다리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청하다리에서 바라보는 포구의 모습은 너무도 환상적이다.

특히 강물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만경강 낙조를 본 사람은 청하다리를 잊지 못한다.

 

 

 만선의 꿈을 이루고 들어오는지 멀리 고깃배가 들어오고 있다.

이제 이 고깃배들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새만금이 거의 다 막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폐선들의 모습도 을씨년스럽다.

청하 어민들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더욱 안쓰럽기만 하다.

 

 

 

청하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만경강물은 시커먼 흙탕물이다.

그 훍탕물을 보노라면 서해에서 잡힌 고기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명은 바로 그 뻘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생명을 잉태하는 뻘이 지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뻘이 죽어 가면 바다생명체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인간의 무한 욕심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것이 필요하다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운 마음이라도 느껴야 하지 않을까?

그조차도 느끼지 못하도록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도 항상 이곳에 오면 되묻게 되는 질문인 것이다.

시원스럽게 뻗은 서해안고속도로처럼 이곳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시원한 고속도로가 뚫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 농어촌의 마을들이 진정 마음의 고향으로 안기고 싶은 그런 넉넉함과 잔주름에 웃음이 있는 그런 희망이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만경강 기행을 마치며....        정읍여고 교사 김형철

출처 : 파랑새 날다
글쓴이 : 파랑새 날다 원글보기
메모 : 마침 만경강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려 했는데 본인이 원하는 바로 그 자료 군요. 본인이 고생 안해도 되는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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