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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영그는 날]/가슴이 아린 얘기

천안함 생존장병들이 쓴 눈물의 편지

by 만경사람(萬頃人) 2010. 4. 19.

"처음으로 너희들에게 직별장으로서 명령을 내린다.

꼭 무사히 귀대해서 멋지게 나에게 복귀 신고를 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절대로 용서 못한다. 알았지?"

천안함 침몰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김덕수 상사의 마지막 명령은 완수되지 못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감격의 복귀신고는 이뤄지지 않았고 싸늘한 시신과 가족의 오열만이 해군 제2함대를 덮었다.

지난 17일 바지선에 실린 함미까지 평택항에 도착했지만 아직 시신조차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다.

생존장병들이 실종장병과 실종자 가족에게 보낸 30여 통의 편지에는 이미 동료의 죽음을 예감한 듯 전우에 대한 미안함과 상실감으로 가득했다.

특히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제2 연평해전의 영웅 `박경수 중사`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편지,

여전히 복귀하지 못한 제1 연평해전 참전용사 `이창기 원사`의 부인에게 직접 바치는 글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한 부사관은 박경수 중사의 부인에게 "제수씨! 너무 죄송하고요.

경수 얼굴이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 않네요. 힘내시고요.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썼다.

또 한 병사는 "경수 삼촌. 저 어리다고 띠동갑이라며…

군대계급 상관없이 삼촌이라고 이제야 부릅니다"며 "`너 나 안 만났으면 어쩌려고 했느냐`고

항상 하시던 말씀이 왜 이렇게 생각나고 머리에 맴도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돌아와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적었다.


생존자 김수길 상사는 아직 귀환하지 못한 이창기 원사 부인에게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형수도 알잖아. 그렇지? 희망 잃지 말고 기다려 보자고요"라는 내용을 편지에 담았다.

`혹시나` 하는 희망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됐지만 그래도 편지 내용을 보며 이 원사의 부인은 반드시 자신의 곁으로 이 원사가 돌아오리라 믿고 싶을 터였다.

8명의 실종자 중 한 명인 `강태민 일병`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한 병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하는 내용에서 "저보다 2기수 선임이면서 정말 친구처럼 대해주시던 강태민 수병님. 같이 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안함 대원들 모두 보고 싶습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한 장병은 다음달 9일 결혼할 예정이었던 `강준 중사`에게 "예도(禮刀)를 들어 드리기로 한 약속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 계시느냐"고 슬퍼했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부사관 동기들에게 바치는 글도 있었다. "동진아, 대호야, 성균이에게"로 시작한 한 편지는 "구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너희가 한 말, 같이 웃었던 일 평생 잊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정말 미안하다. 항상 기도할게. 보고 싶다. 동기들아"로 끝을 맺었다.

사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하며 `죄스러운 마음`을 고백한 편지도 눈에 띄었다.

한 장병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어두웠고 숨이 거칠어졌고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배가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니 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맨발에 속옷 차림이었지만 이 몸뚱이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했어야 했습니다"라고 적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묘사했다.

생존자 강봉철 상사는 실종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후임을 데리고 나오지 못해 죄송하다"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편지에 적었다. 아들 생각이 나면, 아들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으로 자신의 죄스러움을 대신했다.

함미가 인양되고 희생자들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이었지만 이미 많은 생존 장병들은 전우의 죽음을 알고 있는 듯 그들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써 내려갔다.

한 부사관은 "내가 있는 힘껏 죽을 때까지 너희 몫까지 살아갈게. 상준아, 진선아, 사랑한다 영원히!"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한 생존 부사관은 동료와 병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석원아. 이 말 한마디 못한 것이 맘에 걸려 꼭 해야겠다. 사랑한다! 그리고 무지무지 보고 싶다. 상준아! 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영원히 널 잊지 못할 거야. 상민아! 항상 밝게 웃는 너의 얼굴이 오늘 따라 너무너무 보고 싶다. 우리꿈속에서라도 못다한 얘기 나누자"라고 적었다.

다른 편지들에도 "천안함 대원 모두를 제 가슴속에 간직하고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다음 인연을…그땐 슬프지 않았음 합니다"

"오늘 너희 어머니 아버지 손 잡고 위로해드렸다.

부모님께서도 건강히 잘 계실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미안하고…사랑한다…너희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게…

보고 싶다…"라는 말이 써 있었고 한 줄 한 줄 그립다 못해 서러운 눈물이 배어 있었다.

 

                                                                                                                          매일경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