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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및생태]/여행&나들이

변산반도의 석양따라걷는 마실길

by 만경사람(萬頃人) 2010. 3. 3.

 

여행에도 트렌드가 있다. 2010년 기대주는 ‘길’이다. 2007년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산소길, 관동별곡 800리 등이 우리 땅의 보드라운 속살을 드러냈다. 2009년 10월에는 서해의 진주 ‘변산반도’를 따라 걷는 17.5km의 길이 열렸다. 이름은 ‘마을에 나간다’는 뜻의 ‘마실길’. 친숙한 이름처럼 길은 바다와 마을을 끊어질 듯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평소 눈으로만 읽히던 시각 정보는 길과 발바닥의 접촉을 통해 5감으로 확장돼 온몸에 스며든다. 마실길을 걷는 동안 금빛 서해와 소박한 바닷가마을은 피와 살이 돼 몸의 일부가 됐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죽막마을’은 순박하고 소담한 모습 그대로 마음 속 깊이 새겨졌다. 

전북 부안 죽막마을 지도 보기

바다와 대화하고, 갯벌과 벗하며 마실 가는 길

마실길의 시작점은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새만금전시관이다. 변산해수욕장 인근 송포마을까지 이어지는 5.3km의 길이 1코스다. 시작점부터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썰물일 때는 고운 모래에 바다 물결이 어른거리는 바닷길을, 밀물일 때는 크고 작은 야생식물이 숨 쉬는 숲길을 걷는다. 저 멀리 새만금방조제가 보이지만 마실길에서는 인공적인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오히려 달의 손짓에 거대하게 몸을 부풀렸다 야위었다를 하루에 두 번씩 반복하는 서해의 관능미가 여실히 드러난다. 1코스 종착점 송포마을에 도착하면 횟집촌이 형성돼있다. 방파제가 생기기 전까지 많은 고깃배가 드나들던 마을은 사람이 모여드는 번화가였다.

 

2코스는 송포마을에서 고사포해수욕장까지의 5.7km 구간이다. 이 길도 물때를 맞춰 바닷길 또는 사망마을길로 걸으면 된다. 모래사장을 따라 걷기에 지칠 무렵 고사포해수욕장에서 만나는 소나무 숲은 푸르름만큼이나 신선한 감동이 있다. 마실길에서 만난 조진호(50, 대전)씨는 “저는 개인적으로 고사포해수욕장을 지나는 길이 가장 아름다웠어요. 물때를 잘못 맞춰서 질펀한 갯벌을 걷기도 했지만, 차타고 보던 풍경보다 마실길에서 보는 바다가 훨씬 아름답네요”라고 말했다.

 

3코스는 변산반도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성천포구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6.5km의 길 위에는 하섬전망대, 적벽강, 수성당, 격포해수욕장, 채석강 등 볼거리가 매우 많다. 하섬은 ‘모세의 기적’처럼 음력 1일과 15일을 전후해 육지에서 바다로 2km의 바닷길을 연다. 사자를 닮은 붉은색 암반 적벽강, 책이 층층이 쌓인 모양의 채석강, 그리고 바다에 나가기 전 제를 올렸다는 수성당까지 마실길의 하이라이트가 3코스에 포진해있다.

 

 

 

바닷가 대나무숲이 보이면 거기가 죽막마을의 시작 

죽막마을은 3코스가 끝나갈 무렵, 변산반도의 서쪽 돌출 부분에서 만나게 된다. 적벽강을 지나 격포해수욕장을 만나기 전까지 드문드문 집이 들어선 곳이 죽막마을이다. 길을 걷다 만나는 언덕배기에 대나무가 무리를 지어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다면 ‘죽막동’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죽막, 우리말로는 ‘대막골’이다.

 

죽막동은 5개 부락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다. 살 기미, 뉴어머리, 방주간, 원중막, 작은당 등 옛 지명으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박정이(65)이장은 “마을에 도로가 나면서 살기미 부락은 없어졌지. 지금은 4개 부락 50여 가구가 살아요”라고 설명한다. 죽막동 주민들은 주로 바다에 나가 생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떠나가고 나이든 세대만 남겨지자 자연스레 바다에 나가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주민 공순이(71)씨는 “10년 전만 해도 마을에 어부가 많었지. 여름이면 피서객들도 마을로 민박하러 많이 찾아왔어. 지금이야 펜션이고 모텔이고 시설 좋은 데 많으니까 이리루는 안와”라고 설명한다. 죽막동 절경을 이루는 바닷가에는 2008년 대명 리조트가 들어섰다. 

 

 

‘개양할매’가 서해를 굽어보며 지키는 마을


마실길 3코스는 죽막동의 중심부를 훑는다. 그 중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수성당’이다. 적벽강 여울골 바다 위로 솟아오른 20m 정도의 절벽위에 당집이 세워져있다. 칠산바다를 수호하는 ‘개양할미 ’ 신을 모신 해신당이다. 전설에 따르면 수성당의 개양할미는 딸 8명을 위도, 영광, 고창 등 칠산바다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이곳에 초가집을 지어 살았다고 한다. 죽막마을 토박이 정동호(73)씨는 “저 바다 멀리 보이는 섬에 개양할미 막내딸을 모시는 신당이 있어요. 우리마을뿐 아니라 격포리 전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제를 지내왔지요”라고 말한다. 1992년 전주박물관에서는 이 일대를 조사해 5세기 중반에서 6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을 발굴해냈다. 다양한 토기 및 동물 모양의 토제품은 중국, 일본, 가야, 백제 등 다양한 국가의 것으로 밝혀져서 수성당과 죽막동의 깊은 역사를 짐작케 했다. 현재의 당집은 1996년 새로 건립한 것이다.

 

수성당을 내려와 마을과 바다로 이어지는 마실길을 다시

 

걸으면 옛 지명을 따라 만든 ‘작은당 사구식물관찰지’ ‘죽막동 해안생태관찰지’등의 작은 공원들이 나온다. 죽막마을에서는 ‘마실길’ 탐방객이 늘자 마을 구석구석에 꽃을 심고 길을 정비하고 있다. 박정이이장은 “격포리 마을 중에 우리 마을이 제일 발전이 안 됐죠. 마을에서 공동으로 바지락양식도 하는데, 와서 드셔보세요”라고 말한다. 식당, 슈퍼 하나 없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지만 주민 인심만큼은 순하고 서글서글하다. 마실길의 종착점 격포항에 도착하자 해거름이 시작된다. 아침에 시작한 마실길은 날이 저뭇해서야 끝이 난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황금빛 바다를 만들던 해는 이내 너울지는 바다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한반도의 서쪽 바다는 해를 안은 채 깊고 진한 풍경을 마무리한다. 

 

가는 길
부안터미널에서 변산, 격포방향 버스를 타면 된다. 주황색버스를 타야 새만금전시관에서 내릴 수 있다. 자가용을 타고 올 경우, 부안IC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새만금전시관 이정표를 따라 오면 된다. 전시관 뒤쪽으로 난 길을 걸어오면 ‘마실길 시작점’ 표지판이 보인다. 자동차는 새만금전시관 앞에 주차해두고 걸으면 된다. 걷기가 끝나는 격포에 다다르면 버스를 타고 다시 전시관으로 돌아올 수 있다. 죽막마을은 마실길 3코스에서 적벽강이 나오면 시작된다.

 

마실길 1코스 (5.3km, 1시간 소요)

새만금전시관->부안곤충해양생태원->합구마을포구->백제성모텔 앞 해변->대항마을->대항리패총->변산해수욕장

 

마실길 2코스 (5.7km, 1시간 30분 소요)

변산해수욕장->송포포구->사망마을해변->고사포해변->고사포해수욕장

 

마실길 3코스 (6.5km, 2시간 30분 소요)

고사포해수욕장->성천포구->유통마을->하섬전망대->격포자연관찰로->적벽강->수성당->죽막마을->격포해수욕장->채석강->격포항

 

관련정보
마실길을 걸을 때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썰물 때는 해안이 길게 드러나 길이 생기지만, 밀물에는 바닷물이 해안 가까이로 들어와 길이 없어지거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질척해진다. 또 하섬까지는 바닷길이 열렸다가 금세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물때를 정확하게 알고 건너야 한다. 실제 2009년에는 3명의 연구원이 하섬 바닷길에서 밀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반드시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http://byeonsan.knps.or.kr)에서 물때를 확인한 후 여행 계획을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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