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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영그는 날]/정치판 뒤집기

제2연평해전 기념식의 빈자리

by 만경사람(萬頃人) 2010. 7. 2.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 씨(36)는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한국전쟁 기념물 건립위원회’가 주최한 미군동상 건립 행사를 잊을 수 없다. 이 행사는 위원회와 김 씨가 처음 인연을 맺은 2003년 행사가 열린 매사추세츠 주 우스터에서 치러졌다. 전과 마찬가지로 지역 유지들이 대거 참석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씨는 ‘전사자 유족이자 기부자’라는 이유로 초청돼 케리 의원과 나란히 같은 줄에 앉았다.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미국 일반의 예우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고 김 씨는 회상했다.

올해 제2연평해전 8주년 기념식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아닌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이 행사는 KBS 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장소가 서울로 옮겨온 데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일반인 참석자가 크게 늘었다. 초등학생 420명을 비롯해 1000명이 넘는 일반 시민이 참석했다. 총 참석 인원은 2500명이 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 윤영하 소령 등 6명의 전사자 유가족들과 생존 장병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3부 요인과 국회의원, 국무위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위해 마련된 중앙 자리는 썰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라 그렇다 쳐도 주빈인 정운찬 국무총리 외에 3부 요인은 한 명도 없었고, 국회의원 참석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과 한나라당 박진, 김동성 의원,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박선영 임영호 의원 등 6명이 전부였다. 국무위원은 관련 부서인 국방부, 경찰청, 방위사업청을 제외하면 장(長) 참석자가 한 명도 없었다.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김문수 경기지사가 참석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커녕 부시장도 보이지 않았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같은 시간에 채문식 전 국회의장의 영결식이 있었던 데다 세종시 수정안 투표가 있어 참석이 어렵다는 말씀들을 전해 오셨다”면서도 “채 전 의장 영결식 참석자 절반만 왔더라면” “세종시 투표는 오후였는데” 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에서 연평해전 행사보다 나흘 앞선 6·25 기념식 때 ‘국무위원들은 행사 신경 쓰지 말고 국사에 전념하라’는 취지의 공지를 했다”는 말도 들렸다.

천안함 폭침사건을 놓고 국가안보를 외치면서도 정작 연평해전 기념식을 외면하고 사건 발생 석 달 만에야 국회 대북규탄 결의안을 내는 정치권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