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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영그는 날]/가슴이 아린 얘기

그 놈의 대학등록금 때문에.

by 만경사람(萬頃人) 2011. 7. 4.

                       2011'     07.    04    중앙일보  사회면에서.

등록금 벌려다 … 어느 대학생의 죽음

학기 등록금은 제 힘으로 마련하겠다"고 월급 제일 많이 주는 냉동기 점검 일을 했는데….”

 3일 일산 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모(52·여)씨는 충격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

2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 터보냉동기 점검작업을 하던 인부 4명이 사고로 숨졌다.

사망자 명단 중에 김씨의 장남인 황승원(22·사진)씨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가장 젊은 나이였다.

냉동기를 점검 중 황승원씨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

김씨는 “착하기만 한 아들, 속 한번 썩인 적 없는 아들이었어요”라고 말했다.

2004년 남편이 하던 사업이 부도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느라 황씨는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지만, 혼자 힘으로 공부해 고입·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2009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의경으로 입대한 황씨가 제대를 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월급 150만원을 주는 냉동기 유지·보수 회사였다. 사업 실패로 인한 빚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아버지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아야 했고.

어머니 김씨가 공장·식당 등에서 근무하며 벌어오는 100만원이 가정의 유일한 수입이었다.

이런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황씨가 “등록금은 내가 벌겠다”며 나선 것이었다.


“너무 힘든 일이란 말을 듣고 다른 일 알아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힘들지 않다고, 돈도 많이 주니까 괜찮다고….”

황씨는 “5년 내에 어머니 호강시켜 주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보는 승원이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보였어요. 그래서 하느님이 데려갔나 봐요.”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 사진을 어루만지는 김씨의 손 위로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황씨의 여동생(16)도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 역시 오빠처럼 고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남매는 다정했다. 함께 누워서 코팩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사진도 종종 찍었다.

“오빠가 뽀뽀하면 징그럽다고 싫어했는데 너무 후회가 돼요. 아빠같이 듬직하고, 다정한 오빠였어요.”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이날까지도 빈소를 차리지 못해 황씨 가족들은 병원 로비에서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야 했다.

 

사고 현장의 터보 냉동기 점검작업을 벌이던 중 냉매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 된다 한다.

 

그 놈의 대학등록금만 아니었더라면 살갗운 자식을 저 멀리 먼저 보내지는 않았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