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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영그는 날]/가슴이 아린 얘기

어머니

by 만경사람(萬頃人) 2011. 5. 8.

    2011'    05.    08.    일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길 모퉁이 배추가게 쓰레기통에서 배추잎들을 주워 모으시는 어머니를 본다.

난 모른 척 얼른 집에 돌아와 버렸다.

그 날 저녁 배추국이 밥상에 올라온다.

"배추가게 아저씨가 팔다남은 거라고 버리기 아까우니 가져가서 민석이 국 끓여주라고 하더구나!"

나는 거지 자식이 되어 버린 것 같아 화를 냈다.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어머니가 너무나도 싫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이 어머니 생신이셨다고 한다.

 

  7년후 난 의사가 되었다.

가정도 꾸리고,병원도 장모님께서 개업해 주셨다.

난 너무나도 풍요로운 생활에 어머니를 잊고 살았다.

돈은 꼬박꼬박 어머니께 보내 드렸지만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그런 어느날,

퇴근길에 우리 집앞에 어느 한 노인이 가정부아주머니와 싸우고 있는걸 봤다. 

다가가서 보니, 그노인은 다름아닌 내가 가장 잊고자 하는 어머니였다.

전 보다 더 야우ㅏㄴ 얼굴 허름한 옷차림. 그리고 여전히 절뚝거리는 다리.

어머니는 니를 보자 기뻐 하신다.

"민석아 많이 좋아 졌구나!"

난 어이없다는 듯이 "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라고 차갑게 한마디 한다.

가정부아주머니가 애써 돌려 보낸 후 별 노망든 할머니가 다 있다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 후, 한 달동안 난 악몽에 시달린다.

 

 할 수없이 난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시장이 있는 우리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시장 한 귀퉁이에 여전히 나물을 팔며, 기침을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난 가만히 곁에 가서 지켜본다.

나물을 사러온 한 아주머니가 묻는다.

"할머니는 자식이 없나요?"

"아니여. 우리 아들이 서울 큰 병원 의사여. 자꾸 나보고 같이 살자고 하는디 내가 싫다혔어.

요즘도 자꾸 올라오라는 거 뿌리치느라고 혼났구먼. 우리 아들 같은 사람 세상에 둘도 없어.

우리 아들이 효자여 효자."

그런 어머니를 뒤로하고 난 여전히 집으로 향한다.

아직도 변한게 없는 우리집 거의 쓰러져가는데도 용케 버티고 있었다.

난 방 틈으로 돈 봉투를 넣어 놓고는 돌아선다.

1년이 지난 어느날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고교담임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도착한 곳에는 선생님이 혼자 집을 지키고 계셨다.

나를 알아보신 선생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낯익은 보따리 하나만을 내어 주신다.

바로 어머니께서 가지고 다니시던 나물보따리였다.

"풀러 보거라!" 선생님 말쓰대로 보따리를 풀렀다.

"돈 아닙니까?"

"그래 돈이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주시는 마지막 선물이다. 혹시나 네가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모아두신 거란다."

 

  선생님의 얘기들은 나중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은 퇴근길에 쓰레기통을 뒤지고있는 나를 발견해서

자식이 없던터라 나를 데리고 와서 키웠다고 한다.

늦게 얻은 자식이라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 어느날 무너지는 철근더미 밑에 깔려있는 나를보고 어머니가 뛰어 드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어머니와 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셨다고 한다.

그 사고로 아버지는 돌아 가시고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잃으셨다고 한다.

혼자가 되신 어머니.

다리마저 불편하신 어머니께 주위 사람들은 나를 고아원에 보내라고 하셨단다.

하지만, 어머닌 나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셨기에 나를 버리시지 않고 키우셨다 한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나를 한번 보고자 물어물어 서울까지 오셨다 한다.

그런 어머니에게 난 가슴에 못을 박고 말았다.

자신이 낳은 자식도 아닌데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셨던 어머니를 버린 자신을 용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를 조용히 내려 보시는 어머니의 사진이 잔잔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이런 자식 마저도 어머니는 사랑하시나 보다

오~! 내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그 후 난 시간이 날 때마다 가끔씩 이 곳을 들른다.

혹시나, 나물을 파시고 계실 것 같은 착각에 말이다.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