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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영그는 날]/가슴이 아린 얘기

남을 더 배려 할 줄 아는 아름다운 모습

by 만경사람(萬頃人) 2010. 9. 7.

  MB에게 “나보다 더 어려운 이 위로해줘요”

구리 농산물시장 강계화 할머니-윤영임 씨



2일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윤영임 씨 (왼쪽)와 강계화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시장에서 40년 넘게 리어카 장사를 하다가 이번에 겨우 임시 가게를 얻었다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장사가 안 된다는 할머니를 위로하자 할머니는 자신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감자 파는 아주머니를 위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감자가게 아주머니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분들을 보면서 놀랍기도 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6일 라디오 연설에서 추석을 앞두고 서민 경제를 살피러 2일 경기 구리시 도매시장길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을 다녀왔다면서 그곳에서 만난 서민들의 ‘따뜻한’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에서 만난 강계화 할머니(70)와 윤영임 씨(43)처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질 수 있도록 더욱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 앞에서 자신의 힘든 사정을 털어놓을 ‘천금의 기회’를 마다하고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6일 구리 농수산물시장을 찾아가봤다. “대통령님을 처음 봤는데 막 가슴이 벌렁벌렁하더라고. 대통령님이 우리 가게에서 배추 일곱 포기 사줬는데 우리 영임이 생각이 계속 났어. 대통령님이 나보다 우리 딸 물건 좀 팔아줬으면 해서.” 시장에서 만난 강 할머니는 윤 씨를 ‘딸’이라고 부르며 인터뷰 내내 챙겼다. 이 대통령은 할머니 부탁으로 윤 씨 가게에서 감자 두 박스를 사서 참모들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00년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주차장 한편에 각자 리어카를 세워두고 장사하면서 알게 됐다. 1967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우거지를 삶아 팔면서 시장통에 처음 뛰어든 할머니는 이후 구리시장을 거쳐 지금의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왔다고 했다. 윤 씨는 식당일과 노점상 등을 하다가 10여 년 전에 리어카를 끌고 시장에 나왔다.



    6일 경기 구리시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상인 강계화 할머니(왼쪽)와 윤영임 씨가 수줍은 모습.

“처음 왔으니 뭘 알았겠어요. 단골손님도 전혀 없고 장사 요령도 부족해서 고생할 때 엄마가 옆에서 제일 많이 도와줬죠.” 윤 씨는 평소 강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윤 씨는 “같이 장사하던 남편이 2006년 간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의지할 곳은 엄마뿐이었다”며 “힘들어서 무너질 것 같을 때마다 옆에서 붙잡아 주고,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혼도 내곤 하셨다”고 했다. 윤 씨가 끝내 울음을 터뜨리자 밝게 웃던 할머니도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랑도 없이 홀로 머슴아 둘 키우면서 고생 많이 했지. 우리 영임이가….”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붙들어 가며 고생한 끝에 1년 전 약속이라도 한 듯 리어카 생활을 청산했다. 도매시장 청과동 안쪽 2평 남짓한 가게를 각각 차린 것. 할머니는 양파와 배추를, 윤 씨는 맞은편 가게에서 감자와 파를 판다. “아직 다 빚이야. 그래도 예전에는 이자 6푼, 7푼짜리 일수 돈을 썼는데 요즘은 5푼짜리 개인 사채 써. 많이 나아진 거야. 이 정도면. 이제 든든한 거래처만 하나 생기면 더는 욕심도 없겠어.”(강 할머니)

할머니는 요즘도 매일 오전 7시면 시장으로 장사하러 나간다. 출근해서는 윤 씨가 나왔는지 가장 먼저 살핀다. “주말에도 조금만 늦게 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져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요. 그래도 맛있는 도시락 싸왔다고 챙겨주는 사람도 우리 엄마밖에 없네요.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 배려하면서 살려고요.”(윤 씨)